선물맘 스토리

2020년 7월 1일.
우연히 오늘 개봉한 영화 소리꾼을 보고 왔다. 국어 전공자인 나에게 딱 구미가 맞는 영화.
판소리를 즐겨듣는 내게 이런 영화는 무조건 관람 리스트 1순위.

일부러 스포도 안 보고 예고편도 안 보고 영화관에 가서 바로 봤다.


심청. 심학규 이름이 나오면서.. 어? 이건 심청전??
스토리 안에 또 스토리로
심청전 이야기가 나와서 지루하지 않고 신선했다. 박철민. 김동완 캐스팅. 훌륭했다.

주인공 역은 이봉근.
작년에 '터무니없는 소리' 국악공연에서 본 적이 있던 국악인.
처음엔 이봉근 소리꾼이라는 것을 못 알아보고 연극배우인가 했는데.. 영화 끝나고 검색해보고 나서 주인공 이봉근이 내가 알던 그 소리꾼 이봉근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리도 잘하지만, 인물도 좋아서 이렇게 영화도 찍고. 연기도 훌륭하고. 대단한 분이다. 어쩐지 얼굴이 낯익더라.
소리를 잘해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연기자가 아니라 진짜 소리꾼이었다.

김유리 씨 연기도 넘 훌륭했다. 아역배우는 정말 ㅠㅠㅠ 넘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 매니저 역이었던 분. 외모가 조금 바뀌셨는데. 이렇게 연기 변신을 하다니..! 역시 연기자다.

우리가 아는 심청전은 사실 너무 흔한 이야기라 별 감동을 못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심청가 판소리를 들을 때에도 늘 같은 느낌..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꽤 심청전이 감동있게 다가왔다. 특히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은.. 마음이 저리게 아팠다. 그리고 심학규가 청이 얼굴을 보고싶어 눈을 뜨는 장면....정말 정말 감동...
그냥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다. 자식을 보고 싶은 아비의 마음이 얼마나 절절하면 그 절절한 마음에 눈이 떠질까. 하고..!
'내 자식 좀 보자. 내 자식 얼굴 좀 보자. ' 그 마음이라면 정말 안 보이던 눈도 떠 질 것 같다. 부모된 마음으로서... 이해가 된다.

이 영화는 심청전이 주된 이야기이지만
춘향전도 살짝 섞여있다. 심청전 이야기로 마무리하기엔... 사실 심청전이 심봉사 눈뜨는 것 외에는 더 극적인 결말이 없기에 마지막에 춘향전 암행어사 출두 장면까지 들어가 있다는... 약간 어거지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은 결합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의 구성상. 마무리를 잘 지을 수 있었으니까.
사실 판소리계 소설들을 보면 춘향전이든 심청전이든 구전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비슷한 모티프가 다른 소설에도 영향을 주기에.. 완전히 어거지라 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는 결말에 춘향전을 부분 섞은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청전이나 춘향전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스토리이기에 질릴 수도 있고. 뻔한 결말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큰 감동이 있었다.
고전을 영화로 구현해 낸 것이 볼만 했고. 중간 들어가는 판소리와 자연을 담은 영상미까지.
한국적으로 잘 담아낸 영화였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국민이 힘든 이 때에, 소리로 세상을 바꾸는 소리꾼처럼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는 한국인의 힘을 다시 생각해본다. 영화관도 불황을 겪고 있지만. 이런 시국에 이런 영화가 개봉하여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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