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맘 스토리

부부의 세계란 무엇일까. 한 번 무너지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헤어나올 수도 없는 '관계'의 늪지대.

이태오는 옆에 앉은 이준영에게 "내가 네 나이 만할 때 아빠가 집을 나갔어. 다시 안 돌아오셨어. 죽을 때까지. 넌 나처럼 만들기 싫었어"라며 넋두리를 했다. "곁에 두고 싶었어. 떨어져 있으면 버림 받았다고 생각할테니까. 절대 그럴 수가 없었어"는 말에서는 그가 여다경과 새로운 가정을 꾸렸음에도 계속해 이준영을 데려오고 싶어했던 이유가 읽혔다. 

이태오는 "준영아 넌 아빠처럼 살지마. 네 곁에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야.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걸 잊어버리면, 아빠처럼 멍청한 짓을 하게 돼. 널 제일 아껴주고 지켜주는 사람을 잊어버리면 모든 걸 잃는 다는 거 명심하라"고 말했다. 

지선우는 독백을 통해 "내 심장을 난도질한 가해자, 내가 죽여버린 치열하게 증오하고 처절하게 사랑했던 당신, 적이자 전우였고, 동지이자 원수였던 내 남자, 남편"이라며 속내를 밝혔고, 이태오를 끌어안았다. 

지선우는 "잘못을 되돌릴 기회가 한 번은 있을까. 깨달은 뒤에는 모든 게 늦어버린 뒤였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다"며 후회했다. 

"삶을 대부분을 나눠가진 부부 사이에 한 사람을 도려내는 건 내 한몸을 내줘야 한다는 것. 부부간의 일이란 결국 일방적 가해자도 완전무결한 피해자도 성립할 수 없는 게 아닐까"라는 지선우의 말에는 아픔과 후회, 지난한 시간들에 대한 용납이 담겼다. 

지선우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아프게 곱씹으면서 또한 그 아픔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매일을 견디다 보면 어쩌면 구원처럼 찾아와 줄지도 모르지. 내가 나를 용서해도 되는 순간이"라며 한 줄기 희망을 품었다. 말미에는 아들 이준영이 집으로 돌아온 듯한 화면이 이어졌다. 

'부부의 세계'가 그려낸 '부부의 세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선우와 이태오는 강점과 결점이 뚜렷한 인물이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에게 지독한,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일면 닮은 부분도 있다. 이들은 종종 사랑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살아가며, 상대에게 미안함과 연민을 느끼지만 한 번 무너져 내려버린 관계는 끝내 봉합할 수는 없었다. 

이같은 '부부의 세계'는 손제혁(김영민 분)과 고예림(박선영 분)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감정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고, 때로는 연민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요동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신뢰가 끊어져 버린 관계, 쏟아진 물이 돼버린 엄연한 현실을 지탱할 수는 없다. 결국 부부의 세계란 머리카락 한올처럼 작은 균열에도 무너져 내리기 쉬운 연약한 것이며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가꿔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처절한 복수극의 뒤에 남는 교훈이다.


마지막회 너무 감동이었다.
정말 완벽한 마무리였다. 내 인생에 꼭 기억될 드라마 부부의 세계 .
정말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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